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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1과 이상찬 병원장] 국제신문 메디칼럼 - 90세 시대, 치료의 선택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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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1970∼1980년대에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세상의 정보를 얻었고 1990년대 이후 인터넷 검색이 등장하면서 정보의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이제는 인공지능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구글 평점을 참고해 커피집이나 식당을 고르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의료정보를 쉽게 얻기 어려워 집 근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며 치료 방법이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고 선택의 여지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질병이라도 여러 치료 방법이 함께 제시된다. 환자는 그 가운데서 어떤
치료를 받을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의 책임 역시 환자의 몫이 된다.
출산의 경우도 많이 달라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연분만이 원칙이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제왕절개를 하면 지도교수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산모가 원하면 제왕절개를 선택하기도 한다. 임신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임신이 잘 되지 않아도
자연임신을 기다렸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가능하면 늦추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임신이 되지 않으면 비교적 빠르게 시험관아기 시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수명의 변화 역시 큰 영향을 주었다. 과거에는 환갑을 넘기기도 쉽지 않았다. 암이나 노인성 질환을 겪기 전에 삶을 마치는 예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평균수명이 90세를 바라보고 있다. 오래 살다 보면 허리와 무릎, 어깨와 목 등 몸 곳곳이 아프다. 병원에서
MRI를 찍으면 여러 이상 소견이 발견되기도 한다. 의사는 여러 치료 방법을 설명한다. 어떤 환자는 수술 대신 운동과 재활을 선택하고, 어떤 환자는 수술이나 인공관절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 선택의 결과 역시 결국 본인의 몫이 된다.
시력교정도 마찬가지다. 안경을 쓸 것인지, 라식 수술이나 백내장 수술을 받을 것인지 역시 자신의 선택이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그리고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이 함께 만난 사진이 보도된 적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
모두 안경을 쓰고 있었다. 수술을 못 해서가 아니라 안경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과거에는 암이 있어도 모르고 지내는 예가 적지 않았다. 93세이던 친할머니가 입에서 피를 토했다는 연락이 목욕탕에서 왔다. 검사 결과 위암 말기였다.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한 채 한 달 정도 링거를 맞으며 지내다가 편안히 돌아가셨다. 암을 일찍 발견하여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는 삶이 나을지, 아니면 모르면서 생을 마치는 것이 더 나았을지 생각하게 된다.
일본 도쿄의 유명한 폐암 전문의는 평생 수많은 항암치료와 수술을 해왔다. 어느 날 자신에게 폐암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는 항암치료도, 수술도 받지 않았다. 대신 병원 문을 닫고 공기 좋은 바닷가에서 지내는 삶을 선택했다. 치료 대신 삶의 시간을 택한
것이다.
지금은 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 가능성도 커졌으나 치료의 선택은 여전히 쉽지 않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산부인과 여선생과 6개월 전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배드민턴을 칠 만큼 건강했는데 얼마 전 갑자기 부고장이 날아왔다. 난소암으로
진단되어 두 번째 항암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고 했다.
지금은 평균수명 9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더 오래 살게 되었고, 그만큼 더 많은 질병 앞에서 더 많은 선택을 마주하게 되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사가 제시하는 여러 치료 방법 가운데 하나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오래 사는 시대에 우리가 감당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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