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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사랑방] 수다방

/이상찬 세화병원 원장 

 

2013-06-24 [09:55:43] | 수정시간: 2013-06-24 [14:20:14]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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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번 달에 생리가 나오지 않는데요?"

불임치료를 포기하고 결국 아기를 입양한 한 여성이 10개월이 지난 최근 이렇게 말하며 병원을 찾아왔다. 지난 한 달간 생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검사 결과 임신반응이 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자연 임신이 된 것이다. 그렇게 애를 태우며 치료를 해도 이뤄지지 않던 임신이, 치료를 포기하고 입양한 순간, 그러니까, 이제는 임신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자 자신도 모르게 임신이 된 것이다.

"선생님, 요번에 둘째가 자연 임신이 되었어요." 또 다른 여성. 시험관아기 시술로 한번만에 임신에 성공해 첫 아기를 분만한 지 3년이 지났다. 궁금해서 전화하니, 그런 대답을 준 것이다. 첫 아기를 분만한 후 불임이라는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심리적 안정상태가 되니 자연 임신이 된 것이다.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의사로서 알고 있는 불임에 관한 지식은 과연 무엇인지. 회의에 빠질 때도 있다. 하기야 정자와 난자가 뱃속에서 만나 수정이 되고, 그렇게 형성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면서 임신이 되는 신비스러운 과정에, 인간이 안다면 또 얼마나 알고 있겠는가.

도저히 임신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불임환자가 임신이 되어 병원에 오면 할 말을 잃는다. 어느 날 시험관아기 시술로 입원한 후 퇴원하는 환자에게 "입원하면서 무엇이 제일 좋았어요?"라고 물었다. 그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병실에서 수다떠는 재미가 제일 좋았어요"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자연환경을 적극 도입한 방을 만들었다. 그 방에서 입원 환자들이 탁자에 둘러 앉아 차를 마시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는 '수다방'이라 이름 붙였다. 

수다방에서 환자들은 임신을 제대로 못시켜 주는 병원장을 원망하기도 하고, 집에서 애먹이는 남편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 수다를 떨다보면 자연히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잠시나마 임신 강박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오늘도 수다방에선 불임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문밖까지 터져 나온다. 그 웃음과 함께 그들의 자연임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기사 원문보기 :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sectionId=1010070000&subSectionId=1010070000&newsId=2013062400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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