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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광도시 부산' 성공 모델은...] - 부산일보 08.6.27 기사중에서

사례1 

이달초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에서 의료관광 벤치마킹을 떠나기 전에 태국 측과 접촉한 곳은 의외로 상무부 수출진흥국이었다. 태국정부가 해외환자 유치 업무를 '수출'을 담당하는 부서에 맡겼기 때문이다. 자국의 의료관광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상무부는 현지 의료기관의 주선을 비롯해 방문에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 협조했다. 방문기간 중에는 국내 의료관광 전문회사인 GM투어 대표가 동행하는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사례2 

싱가포르 래플즈 병원은 의료관광으로 이름이 높다. 그래서 선진 의료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앞 다투어 이곳을 방문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너무 많은 의료 관련기관에서, 특히 한국에서, 찾아오는 바람에 병원 업무에 지장이 생기자 아예 방문을 사절하고 있다. 그럼에도 언론사 취재진이 방문을 요청하자 흔쾌히 허락했다. 싱가포르관광청이 마케팅 차원에서 협조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비자발급· 의료법 등 규제 풀어야 

한국에선 외국인들이 진료를 받고 싶어도 의료비자가 발급되지 않는다. 의료기술 등 충분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외국 환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이유 중의 하나다. 


부산에서 불임 전문병원으로 잘 알려진 세화병원의 이상찬 병원장도 비자발급 문제로 여러차례 고충을 겪었다. "러시아에서 소문을 듣고 부산을 찾은 불임 환자들은 공항 입국장에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불법취업을 우려하기 때문인데 출입국관리소에서 병원으로 전화가 걸려와 의사가 환자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환자가 사라지면 누가 책임질 거냐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얼마전부터 환자에게 보내준 병원쪽 초청장을 입국 때 보여주면서 상황이 한결 나아졌다." 


동남아 국가들은 환자 뿐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의료비자를 발급해 주고 있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태국은 병원 측에서 비자발급 서비스를 대행해 준다. 공항에서부터 리무진 서비스와 호텔예약 통역 음식준비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챙겨줄 정도이니 비자 대행은 어쩌면 당연한 서비스로 여겨질 정도다. 

현행 국내 의료법도 걸림돌이다. 의료법상 국내외 환자를 불문하고 병원에서 돈을 받고 환자를 알선 및 소개하는 것은 불법이다.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의료를 산업으로 인식하는 신정부는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지난해 5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폐기됐다. 

·해외사무소 개설, 인력양성 등 과감한 지원 필요 

싱가포르관광청이 오픈한 다음해인 2004년에 싱가포르는 의료관광에 대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관광청은 사업 초기에는 해외홍보비와 사무소 개설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의 80%를 지원했다. 지금은 어느정도 의료관광이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해 소요비용의 50%만 지원해 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규제부터 풀어야 할 형편이라 지원책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의료관광이 막 시작단계라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 해외 마케팅, 코디네이터 양성, 통역서비스 지원 등은 개별 의료기관을 뛰어넘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일들이다. 

구정회 좋은강안병원 병원장은 "지금은 규제보다는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관광 사업 초기에 홍보와 마케팅에 소요되는 비용은 정부나 지자체가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환자 진료와 관련된 매출이나 의료장비 구입비 등에 대해선 세제 감면 혜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의료관광을 홍보할 해외 사무소 개설 등도 정부와 지자체의 몫이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 해외환자군이 두터운 이웃나라에 해외 사무소가 설치되면 여행사에게 굳이 알선행위의 대가로 추가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해외 사무소가 있으면 환자가 치료를 받은 후에 환불이나 재수술 등 리콜업무도 중간에서 처리해 줄 수 있을 것이다.